딥블루의 예술블로그

여러 작품과 예술가들을 소개하며 예술적 고찰을 통해 삶을 논해봅니다.

  • 2025. 3. 14.

    by. deepbluetime

    목차

      아니시 카푸어: 무한한 어둠과 빛의 조각가, 그는 왜 '가장 어두운 검정'에 집착했는가?

      Anish Kapoor, Descension
      Anish Kapoor, Descension

      그는 왜 공간과 감각을 뒤집었는가?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 1954-)는 현대미술에서 공간과 감각의 경계를 탐구하는 설치미술가이자 조각가다. 그는 빛과 그림자, 색과 형태를 통해 인간의 지각과 심리를 교란시키며, 관람자가 경험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그의 작품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공간의 개념을 낯설게 만든다.

      인도 뭄바이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카푸어는 동서양의 철학과 미학을 융합하여 깊이 있는 조형 언어를 완성했다. 그는 자신만의 조형적 탐구를 통해 '비어 있음'과 '무한함'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실현했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C-Curve - Anish Kapoor
The C-Curve (2007) is a sculpture by Anish Kapoor.
      C-Curve - Anish Kapoor The C-Curve (2007) is a sculpture by Anish Kapoor.

      그는 누구인가? 무한한 공간을 조각하는 자

      아니시 카푸어는 인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문화와 종교, 철학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1970년대에 영국으로 이주하여 혼합문화 속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동양의 명상적 사유와 서양의 조형미학을 결합하여, 형태와 공간을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공간을 '만지는 것'처럼 구체적이면서도, '명상하는 것'처럼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룬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물리적 형태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심리적, 철학적 의미까지 확장된다.

       

       

      그는 왜 '가장 어두운 색'에 집착했는가?

      카푸어는 2016년, 'Vantablack'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검은색을 예술가 중 유일하게 독점 사용하게 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Vantablack은 99.965%의 빛을 흡수하는 물질로, 삼차원 형체를 평면으로 보이게 만들 정도로 빛을 흡수해 버린다.

      카푸어는 이 색을 통해 '빛의 부재'가 아니라 '무한한 깊이'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어두운 색을 넘어서, 관람자의 인지와 감각을 무력화시키며, 마치 블랙홀처럼 끝없는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그러나 독점 사용권으로 인해 다른 예술가들의 반발을 샀고, 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대표작 속으로: 무한과 비어있음의 미학

      《Cloud Gate》(2004)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된 이 작품은 흔히 '더 빈(The Bean)'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져 있다. 110톤의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된 이 조각은 도시와 하늘, 그리고 관람자를 왜곡된 형태로 반사시킨다.

      카푸어는 이 작품을 통해 도시의 공간과 관람자의 존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한다. 작품 표면에 비친 이미지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관객은 자신이 보는 것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Cloud Gate》는 도시 공간 속에서 개인의 존재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거울이자 문이다.

      《Descent into Limbo》(1992)

      이 작품은 땅속으로 향하는 정사각형의 검은 구멍을 설치한 작품이다. 관람자는 구멍을 들여다보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는 바닥이 있지만,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검은 안료로 처리되어 끝없이 깊어 보인다.

      카푸어는 이 작품을 통해 '밑바닥이 없는 공간'을 제시하며, 인간이 두려워하는 미지의 세계와 죽음, 공허를 시각화한다. 관객은 자신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조차 혼란스러워지며, 무한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Leviathan》(2011)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Monumenta》 전시를 위해 제작된 이 작품은 내부 공간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설치작품이었다. 붉은색의 풍선 같은 조형물은 내부와 외부가 역전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관람자는 내부로 들어가면 피와 살을 연상케 하는 붉은 내부를 경험하게 되며, 외부에서는 거대한 생명체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Leviathan》은 신화 속 괴물처럼 인간의 존재를 압도하는 공간을 창조하고, 우리가 서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전복시킨다.

       

      Anish Kapoor Sculpture
Anish Kapoor sculpture in the old fruit & veg market in Brighton - part of the Brighton Festival 09
      Anish Kapoor Sculpture Anish Kapoor sculpture in the old fruit & veg market in Brighton - part of the Brighton Festival 09

      그는 왜 공간을 조각하는가?

      아니시 카푸어는 말한다. "나는 조각이 공간을 조각한다고 믿는다." 그는 형태를 통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는 공간 자체를 형상화한다. 그의 작업은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드러내는 과정이며, 감각과 인식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는 물질과 비물질, 가시와 비가시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며, 관객이 경험하는 공간을 철저히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그의 예술은 단순히 조각이 아니라 '존재의 상태'에 대한 질문이다.

       

      "Eyes turned inward"
Anish Kapoor, b. 1954. Eyes turned inward (1993), part of the Berardo Collection, Centro Cultural de Belém, Lisbon.
      "Eyes turned inward" Anish Kapoor, b. 1954. Eyes turned inward (1993), part of the Berardo Collection, Centro Cultural de Belém, Lisbon.
      Anish Kapoor Versailles
Château de Versailles ❘ Place d'Armes
      Anish Kapoor Versailles Château de Versailles ❘ Place d'Armes
      Anish Kapoor Versailles
Château de Versailles ❘ Place d'Armes

Selectional Body preparing for Monadic Singularity

Anish Kapoor

2015
      Anish Kapoor Versailles Château de Versailles ❘ Place d'ArmesSelectional Body preparing for Monadic SingularityAnish Kapoor2015

      딥블루의 예술적 시선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을 마주하면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정말 존재하는가? 아니면 인식이 만들어낸 착각인가?

      그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시각적 경험이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고,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 그는 끝없는 어둠을 통해 존재와 부재, 그리고 무한이라는 개념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카푸어는 묻는다. 너는 이 공간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