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하여

바버라 크루거: 소비와 권력을 해체하는 시각 혁명가, 당신의 욕망은 누구의 것인가?

deepbluetime 2025. 3. 13. 18:59

바버라 크루거: 소비와 권력을 해체하는 시각 혁명가, 당신의 욕망은 누구의 것인가?

The Broad
Barbara Kruger - Untitled (Your body is a battleground)
The Broad Barbara Kruger - Untitled (Your body is a battleground)

그는 왜 단어로 세상을 뒤흔들었는가?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는 현대미술에서 가장 강렬하고 직설적인 시각 언어를 구사하는 아티스트다. 그녀는 강렬한 빨간색 프레임과 흑백 이미지, 대담한 흰색 산세리프 글꼴을 통해 우리의 욕망과 권력, 소비사회의 본질을 직격한다. 그녀의 작품은 아름답게 보이기를 거부한다. 오히려 불편하고 날카롭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야말로 그녀가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다.

광고 산업에서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크루거는 이미지와 문구가 어떻게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지 일찍이 깨달았다. 그녀는 이를 뒤집어 '이미지에 저항하는 이미지'를 창조했다. 시선을 사로잡는 광고의 기법을 이용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권력과 억압을 해체하고 조롱하며,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는 누구인가? 시각적 프로파간다의 반역자

바버라 크루거는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예술 교육을 받았다. 1970년대에 여성주의 운동과 급진적인 사회 비판이 활발하던 시기에 그녀의 시각 언어가 탄생했다. 크루거는 주류 매체가 여성과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입하는지를 비판하며, '타인의 시선'에서 '주체의 시선'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그녀의 작업은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이 아니다. 사진, 콜라주, 타이포그래피를 결합한 텍스트 기반의 시각 예술이다. 크루거는 말한다. "나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Barbara Kruger, Belief + Doubt,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Washington, DC
Barbara Kruger, Belief + Doubt,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Washington, DC

그는 왜 우리의 시선을 조작하는가?

바버라 크루거의 작품은 항상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그 안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I shop therefore I am》(1987)은 데카르트의 철학적 명제를 비틀어 소비사회에 던지는 냉소적 메시지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닌,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그녀의 이미지는 광고와 같은 시각적 전략을 차용한다. 강렬한 색상, 짧고 간결한 문구, 단순한 구성. 그러나 그 메시지는 우리에게 다가와 권력, 통제, 정체성, 젠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미디어가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을 노출시키고, 소비와 욕망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흔든다.

 

Barbara Kruger
Untitled (Not Cruel Enough), 1997. Silkscreen on vinyl. MOCA
Barbara Kruger Untitled (Not Cruel Enough), 1997. Silkscreen on vinyl. MOCA

대표작 속으로: 텍스트와 이미지의 정치학

《Your Body is a Battleground》(1989)

이 작품은 여성의 얼굴을 흑백으로 양분하여, 절반은 네거티브 처리된 이미지로 표현한다. "너의 몸은 전쟁터다"라는 문구는 여성의 몸이 사회적, 정치적 논쟁과 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고발한다. 이 작품은 1989년 워싱턴에서 열린 낙태 권리 시위에 맞춰 제작되었으며, 이후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I shop therefore I am》(1987)

소비사회의 본질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이다. 사람의 손이 카드를 들고 있으며, 그 위에 강렬한 붉은 박스 안에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자본주의와 물질주의가 인간 정체성에 어떻게 깊이 침투했는지 보여준다. 크루거는 소비 행위가 존재의 근거가 되는 현대인의 모순적 상태를 시각화했다.

《Untitled (We don't need another hero)》(1987)

이 작품은 영웅과 구원자에 대한 사회의 신화를 비판한다. "우리는 또 다른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문구는 특히 페미니즘 맥락에서, 남성 중심적 권위에 대한 저항과 독립성을 강조한다. 크루거는 강인한 여성 이미지를 통해 자율성과 힘을 상징화하며, 사회적 규범을 전복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왜 갤러리를 넘어 거리로 나갔는가?

바버라 크루거는 작품을 갤러리와 미술관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리, 지하철역, 광고판, 버스 정류장 등 공공 공간으로 작품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일상 공간에서 관객이 자연스럽게 작품과 마주하게 만들었다. 광고판을 그대로 차용한 형식 덕분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크루거의 작품에 시선을 빼앗기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곱씹게 된다.

그녀는 또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메시지를 넓혔다. 2017년에는 슈프림(Supreme)과 협업하여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컬렉션을 선보였고, 2019년에는 도쿄에서 대규모 퍼블릭 아트를 진행하며, 권력과 미디어의 관계를 재조명했다.

 

Barbara Kruger
Forever, 2017. Digital output on vinyl. LACMA
Barbara Kruger Forever, 2017. Digital output on vinyl. LACMA

딥블루의 예술적 시선

바버라 크루거는 단순한 문구와 이미지만으로 우리 삶 깊숙이 뿌리내린 권력과 욕망의 구조를 들춰낸다. 그녀는 우리의 눈이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믿고 있으며, 왜 그런지를 묻는다.

그녀의 작품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진짜 나의 욕망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조차 타인의 시선에 의해 조작되고 있지 않은가?

바버라 크루거는 우리에게 말한다. 너는 소비자가 아니다. 너는 존재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