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블루의 예술블로그

여러 작품과 예술가들을 소개하며 예술적 고찰을 통해 삶을 논해봅니다.

  • 2025. 3. 10.

    by. deepbluetime

    목차

      잭슨 폴락: 캔버스를 넘어선 몸의 언어, 그는 왜 바닥 위에서 그렸을까?

      Jackson Pollock: Number 17A
      Jackson Pollock: Number 17A

      드리핑 기법, 그는 왜 붓을 던졌는가?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1912-1956)은 미국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를 대표하는 화가로,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의 상징이다. 그는 전통적인 이젤 페인팅을 거부하고, 캔버스를 바닥에 눕힌 채 전신을 이용해 물감을 흘리고 뿌리는 드리핑(dripping)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폴락은 말한다. "나는 내 그림 속에 있고, 내 몸 전체가 캔버스 안에서 움직인다." 그의 작업은 더 이상 팔의 움직임만이 아닌, 온몸의 제스처와 리듬이 만들어낸 춤이었다.

      그는 붓을 캔버스에 직접 대는 대신, 페인트 통을 들고 움직이며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튀기고, 가끔은 손으로, 막대로, 심지어 칼과 나이프로 긁어내며 자신만의 리듬을 캔버스 위에 기록했다. 이 방식은 더 이상 그림이 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하나의 '행위'가 되도록 만들었다.

      그는 누구인가? 잭슨 폴락의 삶과 예술

      1912년 미국 와이오밍주 코디에서 태어난 폴락은 어린 시절부터 불안정한 가족 환경과 방황을 겪었다. 그는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토머스 하트 벤튼(Thomas Hart Benton) 밑에서 배웠지만, 곧 전통적 구상에서 벗어나 추상적인 형태에 매료된다. 멕시코 벽화 운동과 네이티브 아메리칸 샌드페인팅의 영향, 그리고 융 심리학까지 그의 작업에 다양한 영감을 제공했다.

      폴락은 1940년대 후반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전시와 라이프 매거진의 기사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불안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며 1956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짧은 생애는 거칠고 격렬한 작업 방식과 맞닿아 있다.

       

      Jackson Pollock, 1912-1956
      Jackson Pollock, 1912-1956

      그는 어떻게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렸나?

      폴락의 그림은 기존 회화가 가진 규칙을 철저히 무시한다. 더 이상 중심이 없다. 상하가 없다. 시작과 끝이 없다. 관객은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든 그 안에서 무한한 움직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캔버스를 땅에 두고 그 위를 걸으며 작업함으로써 전통적인 미술관의 '정면성(frontality)'을 해체했다.

      드리핑 기법은 그림을 마치 음악처럼 흐르게 만든다. 비트와 박동이 살아있는 선들은 폴락이 흘린 페인트일 뿐이지만, 관객의 시선 속에서는 끝없이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는 물감이 떨어지는 순간을 통제하지 않고 수용하며, 우연성과 필연성의 경계에서 새로운 미를 창조했다.

      대표작 해설: 혼돈과 질서 사이에서 춤추다

      No.5, 1948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No.5, 1948은 복잡하게 얽힌 선들이 캔버스를 가득 메우는 대작이다. 회색, 갈색, 노란색, 검정이 얽히고설켜 있으며, 나무의 가지 혹은 둥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혼돈 속에 반복적인 리듬이 숨어 있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수한 층과 밀도가 보인다. 2006년 개인 경매에서 약 1억 4천만 달러에 판매되며,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No.5, 1948
      No.5, 1948

      Autumn Rhythm (Number 30), 1950

      이 작품은 폴락이 드리핑 기법을 가장 완성도 있게 보여준 사례다. 거대한 캔버스(약 5m x 2.6m)에 흑백의 흐름과 갈색의 중간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명확한 초점이 없는 이 그림은, 관람자가 보는 시점에 따라 리듬과 움직임이 달라진다. 뚜렷한 이미지나 도형이 없는 대신, 유기적인 형태와 흐름이 캔버스를 가득 채우며 보는 이를 몰입하게 만든다.

       

      Jackson Pollock Convergence, 1952
      Jackson Pollock Convergence, 1952

      Blue Poles (Number 11), 1952

      이 작품은 드리핑과 함께 폴락이 더 적극적으로 붓질과 물감을 붓는 방식을 도입한 시기이다. 선과 점의 패턴 사이사이에 짙은 파란색 기둥 형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작품 전체의 구조를 잡아준다. 우연성 속에서 질서를 부여하려는 폴락의 시도를 볼 수 있으며, 드리핑 기법에 규칙성과 건축적 요소를 가미한 시기적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Jackson Pollock
Autumn Rhythm (Number 30), 1950. Enamel on canvas (1912-1956) Metropolitan Museum
      Jackson Pollock Autumn Rhythm (Number 30), 1950. Enamel on canvas (1912-1956) Metropolitan Museum

       

       

      딥블루의 예술적 시선

      폴락의 그림 앞에 서면, 우리는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가 만든 캔버스는 더 이상 한 점의 평면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현장이고, 인간 내면의 충돌과 자유가 흩뿌려진 지형이다. 폴락은 우리에게 묻는다. 질서 없는 혼돈이 진짜 자유일까, 아니면 우리가 본능적으로 그 안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욕망이 예술일까?